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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도서 리뷰

by bignote 2026. 2. 12.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제목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소설인데, 막상 읽고 나니 '그동안 왜 읽지 않고 미뤄두었을까?' 싶었던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겪은 주인공의 성장소설입니다. 한국 현대사 속 혼란의 시기에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의 자전적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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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글 / 발행 2012년 1월 / 세계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일제강점기 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6.25 전쟁)까지 이어지는 격변의 시기죠. 고향 마을에서 지내던 작가의 어린 시절, 서울로 이사한 후의 생활, 그리고 대학 입학 후 터진 6.25 전쟁까지를 작가의 기억으로 풀어낸 자전적 소설입니다.

 

책 속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보았다."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은 상상력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고 하지만, 문장 곳곳에서 보이는 생생함은 단순한 재구성이 아니라 '직접 겪은 역사'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역사의 거대한 사건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일들을 겪었을 것 같지만, 어느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2. 저자 : 작가 박완서

작가 박완서(1931~2011)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나 성장했고 갓 20대에 들어서는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의 실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인데요.

 

이 소설은 1992년 작가 나이 62세에 초판 발행되었습니다. 한참의 세월을 보낸 후 험난했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어땠을까요.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박완서-환하게-웃고-있는-모습
작가 박완서


3. 싱아의 의미 - 잃어버린 시간

소설 제목 속에 나오는 '싱아'. 싱아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높이는 1미터 이상이고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할 수 있습니다. 어린 줄기를 벗겨 내고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작가의 고향 개풍군 박적골 산기슭에 흔하게 자라던 풀이었죠.

싱아-꽃과-줄기-잎싱아꽃이-피어있는-모습
싱아 (출처:위키미디아커먼즈)

 

하지만 서울에서는 싱아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는 서울로 이사한 후 인왕산 자락을 넘어 국민학교에 다녔는데요. 그곳엔 쑥 하나 돋아나지 않았고 메마른 흙에서는 아카시아가 겨우 자라고 있었을 뿐이었죠. 고향 시골 산기슭과는 전혀 다른 서울 인왕산 자락 풍경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고향 박적골에서 즐기던 싱아,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과 풍요로운 자연은 서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거죠. 작가의 유년기를 상징하는 싱아. 서울로 온 뒤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싱아처럼, 순수했던 어린 시절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4. 줄거리 요약 - 어린 시절부터 6.25 전쟁까지

소설의 인상적인 첫 문장입니다.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 콧물이 아니라 누렇고 차진 코여서 훌쩍거려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유년기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합니다. 콧물 훌쩍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소설-첫-단락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일제강점기 속 작가의 어린 시절, 국민학교 입학, 숙명여고 진학,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나 피난을 가는 길까지, 작가가 20살까지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어린 완서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엄마는 10살 터울의 오빠 학업을 위해 서울에 있고요. 고향의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머니의 뜻에 따라 완서도 서울로 갑니다. 산동네 셋방살이의 설움과 인왕산 자락을 넘어 학교로 가는 길은 힘들고 외로움 가득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 숙명여고에 진학한 완서. 얼마 후 해방이 되고, 남한 단독선거로 대한민국이 수립됩니다. 완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합격하는데요. 대학에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가족은 가택수색과 모진 조사, 숙부의 처형 등 가혹한 고통을 겪고 1951년 1.4 후퇴 때 피난길에 오릅니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를 손수레에 싣고, 조카들과 짐을 이고 지고 떠나는 피난길. 도저히 피난길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완서 가족은 사람들이 떠난 빈집으로 들어가 남은 음식을 먹으며 몸을 숨깁니다.

 

텅 빈 서울, 적막만이 감돌 때 주인공은 서늘한 공포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언젠가 이 비극을 기록하겠다는 예감을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2012년-발행본-많은-사람들이-대출하는-책으로-많이-해진-책표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5. 언제든 읽어야 할 소설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 등의 단어는 이제 역사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큰 사건이지만 이 시기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 전쟁을 '사건'이 아닌 우리 삶 속의 한 '기억'으로 접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5-1.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입니다. 피난길에서 마무리된 이야기가 다음 책에서 바로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전쟁 초반까지를 다루고,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쟁 중의 삶과 결혼 전까지, 1951년부터 1953년까지의 시기를 담고 있습니다. 


6. 정리하며

긴 인생을 지나고 나면 어느 누구의 삶이 소설 같지 않을까요. 작가는 기억에 의지해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의 삶을 어찌 그리 눈에 보이듯 그려낼 수 있는지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글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북해야', '오도카니'처럼 낯선 단어들이 곳곳에 보여 읽기 어색하기도 했지만 곧 적응되었고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는 시기의 내용은 막힘없이 한 번에 내리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의 일들을 그린 성장소설. 그 시절 보통사람들의 삶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우리 역사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도 바로 보아야겠네요.

 

박완서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전쟁 속 자전적 기록

 

박완서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전쟁 속 자전적 기록

박완서의 소설 를 읽은 뒤, 그다음 이야기인 를 이어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 당시 작가 본인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데요. 책을 덮고 나니 잠시 그 시대로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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