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 유쾌한 허무주의 고도의 뜻과 의미

by bignote 2026. 2. 6.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읽어야지'하고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제목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비극처럼 보이지만 웃음을 주고, 희극 같지만 묘한 허무감이 남는 작품. '유쾌한 허무주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고도를 기다리며> 책 리뷰입니다.  

목차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기다리며-책표지-저자-사뮈엘-베케트의-얼굴

    <고도를 기다리며>

    저자 사뮈엘 베케트 / 오증자 옮김

    발행 2012년 2월 / 민음사

     

    이 작품의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입니다. 그는 1906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했으며, 이 작품은 프랑스어로 먼저 집필한 뒤 영어로 다시 썼다고 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2년 출간되었고,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당초 한 달 정도의 짧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장기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전후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가장 최근 공연은 신구, 박근형이 출연한 연극(2024년~2025년)이 있네요.


    고도의 뜻과 의미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고도'는 뭔가 높은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제목을 만들 때 한자어로 만든 단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이 책을 읽으면서는 주인공들이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는 설정으로 되어있어서 단순히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했었고요. <고도를 기다리며>의 프랑스어 제목은 <En attendant Godot>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작품 속에서 '고도'라는 '인물'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주인공은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고도를-기다리며-프랑스어-En-attendant-Godot

     

    재미있는 건 미국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초연될 당시, 연출자가 사뮈엘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고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 신의 상징 (영어의 God과 프랑스어로 신, 하느님을 뜻하는 Dieu를 하나로 합친 합성어의 약자로 해석)

    ✔️ 구원과 희망

    ✔️ 기다림, 인간이 끝없이 기다리는 미래

     

    작가가 책 속에서 '고도'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독자나 관객들에게 무한히 상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등장인물

    블라디미르 & 에스트라공 -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긴 기다림에 지쳐가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봅니다. 서로 질문하기, 말 되받기, 욕하기, 운동(체조)하기, 포조와 럭키 흉내내기 등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 - 1막과 2막에 등장하여 온갖 희한한 상황을 만듭니다. 기묘하고 과장된 행동으로 극에 긴장감과 아이러니를 더합니다.

     

    소년 - 고도의 전갈을 전하는 소년입니다. 이 소년은 1막과 2막의 마지막에 등장하여 '오늘 밤에는 못 오지만 내일은 꼭 오겠다'는 고도의 말을 전합니다.


     

    고도를-기다리며-작가-사뮈엘-베케트-책-뒤표지-설명글

    유쾌한 허무주의 - 부조리극의 매력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립니다. 그들의 기다림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저 고도를 기다릴 뿐이죠. 그러다 포조와 럭키를 만나기도 하고, 소년으로부터 내일 오겠다는 고도의 전갈도 받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결말도 명확하지 않은 작품. 그런데 이상하게 지루하지만은 않습니다. 엉뚱한 대화, 어긋나는 기억, 반복되는 행동 속에서 저도 모르게 '고도'를 기다리는지도요.

     

    책 속에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고도'라는 인물.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이름이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대화 속에 주기적으로 고도가 등장하거든요.

     

    자꾸 잊어버리는 에스트라공이 말합니다. '가자.'

    그러면 블라디미르가 답하죠. '가선 안 되지.'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블라디미르와-소년의-대화-고도의-전갈
    블라디미르와 소년의 대화

     

    희곡으로 된 글이라 사실 읽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문과 대사를 따라가며 인물들의 동작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글을 쭉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끊어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연극을 보진 않았지만 이 희곡이 연극으로 상연된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지 충분히 그려지기도 합니다. 의미도 없이 별일 아닌 것에 매달리면서 허둥대는 등장인물들의 동작에 웃음 포인트가 있거든요.

     

    유쾌한 허무주의,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비극인 듯하지만 웃음을 주고 희극인 듯 보이지만 묘한 허무감이 남거든요.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행동에 웃음이 나지만 나타나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그들에게서 고통과 절망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정리하며 - 연극으로 보고 싶은 고전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과 원지안이 이경도와 서지우라는 인물로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경도를 기다리며'인가. 

     

    주인공 이경도(박서준)가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올린 연극이 <고도를 기다리며>였는데요. 연극 속 '고도'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인물이지만, 경도는 지우가 기다리면 그 자리에 반드시 나타나겠다는 둘 만의 의미가 담긴 연극이었습니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고 읽어야지 생각은 했지만 읽지 못했던 책 <고도를 기다리며>.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를 보고서야 드디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책을 읽었으니 이제 기회가 된다면 연극으로도 보고 싶네요. 배우들의 공연을 직접 보면서 기다림, 불안, 불확실성 등이 또 다른 재미와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