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은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해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딸의 복수를 위해 가해자인 범인을 쫓는 내용입니다. 범인을 쫓는 주인공의 심정으로 사건을 바라보니 과연 소년범들의 사회 갱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더욱 의문스러워집니다.
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발행 2021년 7월
<방황하는 칼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4년 작품으로 출간된 지 벌써 20년이 넘은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번역가와 출판사를 달리해서 2021년에 재출간되었습니다.
나온 지 오래된 작품이지만 현시대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시간의 간극이 전혀 없는 소설입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이런 사건을 접하게 되면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느껴질 만한 이야기입니다.
방황하는 칼날 주요 등장인물
▫️ 나가미네 시게키 - 소년 범죄로 딸을 잃은 아버지입니다. 법이 제대로 벌하지 않는 미성년 범죄자를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복수하려는 인물
▫️ 나가미네 에마 - 불꽃놀이 축제에 갔다가 범죄의 표적이 된 희생자
▫️ 스가노 가이지, 도모자키 아쓰야 - 어울려 다니며 성범죄를 저지름
▫️ 나카이 마코토 - 가이지와 아쓰야에게 차를 대주며 범죄를 도움
▫️ 오리베, 마노, 히사쓰카 - 사건 담당 형사들
▫️ 단자와 와카코 - 나가노에 머물던 나가미네 시게키를 도와주는 인물
▫️ 아유무라 - 가이지 일당에게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아버지. 아유무라의 딸은 범죄를 당한 후 자살함
방황하는 칼날 간략 줄거리
나가미네 에마는 친구들과 불꽃놀이 축제에 갔다가 헤어져 혼자 돌아오는 길에 가이지 일당에게 납치되어 강간, 살인당하게 됩니다. 딸을 잃은 나가미네 시게키는 익명의 정보 제공자로부터 범인들의 소재지를 받아 아쓰야의 집에 가게 되는데요.
나가미네는 그곳에서 자신의 딸이 그들에게 강간, 유린당하는 모습이 찍한 비디오를 보게 됩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때 아쓰야가 돌아왔고, 나가미네는 집에 있던 칼로 아쓰야를 무차별적으로 찔러 죽입니다. 그리고 다른 공범을 쫓기로 하고 가이지를 찾아 나서죠.
나가미네는 딸을 살해당한 유족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바뀌고, 형사들은 나가미네가 어떻게 아쓰야와 가이지를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데요. 나가미네는 아쓰야를 죽인 사람은 자신이며 딸의 복수를 끝내면 자수하겠다는 편지를 경찰에 보냅니다. 경찰은 그 편지를 언론에 발표하며 나가미네를 지명수배합니다.
나가미네는 익명의 제보자에게 가이지에 대한 정보를 받아 그가 도망친 나가노로 갔고, 그곳에서 단자와 와카코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펜션에 묵게 됩니다. 3살 아들을 사고로 잃었던 와카코는 변장을 한 나가미네를 알아채지만 그를 숨겨주면서 돕습니다.
한편 형사들도 가이지의 범죄에 가담했던 마코토의 도움과 여러 증거들을 수집해 가이지와 나가미네가 있는 나가노로 향합니다. 나가노에서 마주치게 되는 가이지, 나가미네, 그리고 형사들.

소년범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
나가미네는 자신의 딸이 당한 잔혹한 범죄의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압니다. 법은 소념범들의 '갱생'의 가능성을 이유로 그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처벌을 최소화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은 외면해 버리죠.
나가미네는 법이 제대로 처벌해주지 않는 가해자를 자신이 직접 복수하고 딸의 원한을 풀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어차피 딸이 떠난 후의 삶은 제대로 된 삶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가미네는 가이지를 쫓는 중에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복수, 스스로 생을 마감, 그리고 자수 사이에서.
딸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가해자를 죽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알죠. 딸이 당했던 고통을 없앨 수 없고, 피해자의 유족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며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은 이제 바랄 수조차 없습니다.
생각해 보게 되는 말들
▶️ 나가미네는 첫 번째 가해자를 죽이고 두 번째 가해자를 쫓으며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합니다. 가해자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도 딸을 빼앗긴 슬픔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고요. 가해자를 살려두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나은 건지, 아니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반성이라는 걸 하긴 할는지. 자신의 증오와 슬픔,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게 하고 싶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해결될까.
소년법은 피해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범죄 방지를 위한 것도 아니다. 소년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라는 전제 아래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피해자의 슬픔이나 억울함은 반영되지 않고 실상은 무시되었다. 공허한 도덕관일 뿐이다.

▶️ 가해자 아이들의 부모는 자신들의 자식을 무조건 감쌉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하죠. 마코토의 아버지도 마코토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가, 마코토가 자신을 배신자라며 가이지가 보복할 것을 두려워하자, 넌 아무것도 모른다, 그 아이들에게 협박당해 한 것이라고 경찰에 말하라고 하죠.
어떤 자식이라도 부모가 보기에는 불쌍하다. 설령 극악무도한 인간으로 자랐더라도, 아이의 어리고 사랑스러웠던 시절의 추억이 기억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자신의 양심 같은 건 완전히 외면하고 만다.
▶️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사건이 보도되고 화제가 될 경우에만 관심을 둡니다. 자신의 삶 속에 그런 사건은 한번 지나가버리면 그만인 일로요. 뉴스 속 화제가 바뀌면 사람들의 관심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죠. 당사자가 아니라면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슬픔과 분노입니다.
내 생활만 보장된다면 타인은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소년 범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뭘 했냐고 물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제야 자신 또한 지금 이 세상을 만든 공범자임을 나가미네는 깨달았다. 그리고 공범자들은 자신과 똑같은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 뽑힌 게 자신일 뿐이다.
정리하며 - 방황하는 칼날 리뷰
<방황하는 칼날>은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소년범들이 여자아이를 납치해 강간, 유린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건이 생각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많이 불편했고요. 가해자 아이와 그 부모들의 비양심적인 생각과 행동에 화나고, 피해자 아버지의 복수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집중해서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나가미네는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가이지를 끝까지 쫓는데요. 내가 나가미네라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가정이긴 합니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니 이렇게 또 한 명의 가해자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법이란 게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죄를 지었으면 그에 마땅한 엄중한 처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소설의 마지막, 나가미네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의외의 인물이어서 놀랐고, 소설이니만큼 화끈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좀 현실적인 느낌이어서 괜히 미련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희망의 끈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 과거의 한 사건으로 얽힌 두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사건의 담당 형사 마쓰미야의 가족사까지. 과거의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에 푹 빠져서 단숨에 읽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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