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너무나 유명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책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겪은 주인공의 성장소설. 우리 역사 속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글 / 발행 2012년 1월 / 세계사
이 소설은 1992년 작가 나이 62세에 초판 발행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세계사에서 2012년에 출간한 책이고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책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2025년 8월에 발행된 개정판입니다.
책 속 [작가의 말]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보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고향 마을에서 지내던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서울로 이사한 후의 생활, 대학 입학 후 터진 한국전쟁까지를 다룬 자전적 소설입니다.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은 상상력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일들을 겪었을 것 같지만, 어느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작가 박완서 (1931 ~ 2011)
작가 박완서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나 성장했고 20대에 들어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한 박완서는 한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소설, 산문, 동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의 실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입니다.

싱아 뜻
소설 제목 속에 나오는 '싱아'. 싱아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높이는 1미터 이상이고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싱아를 고향인 개풍군 박적골에서 많이 보아왔었죠.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피어있던 흔한 풀.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고 설명합니다.
작가는 서울에서 국민학교에 입학한 후 인왕산 자락을 넘어 학교에 다녔는데요. 인왕산 자락엔 쑥 하나 돋아나지 않았고 메마른 흙에서는 아카시아가 겨우 자라고 있었죠. 시골의 그 많았던 싱아도 없고요. 고향 시골 산기슭과는 전혀 다른 서울 인왕산 자락 풍경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고향 박적골에서 즐기던 싱아,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과 풍요로운 자연은 서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거죠.
소설의 시대 배경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초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6.25 전쟁)까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격동기가 이어지는 시기죠.
일제강점기 속 작가의 어린 시절, 국민학교 입학, 숙명여고 진학, 해방(1945년 8월 1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 피난을 가는 길까지 작가가 20살까지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줄거리 요약
소설의 첫 시작 문장입니다.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 콧물이 아니라 누렇고 차진 코여서 훌쩍거려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 주인공의 유년기
이처럼 소설은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작가는 3살 때 아머지를 여의고 엄마는 10살 터울의 오빠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떠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랍니다. 개성에서 20리(약 8km) 가량 떨어진 개풍군 박적골에서 친구들과 자연을 벗 삼아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죠.
✔️ 서울로 상경
그러던 중 엄마가 내려와 어린 완서를 데리고 서울로 갑니다.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열망으로요. 집은 서울 현저동 산동네의 셋방. 하지만 학교는 주소를 바꿔 문 안(사대문 안) 국민학교에 들어갑니다. 셋방살이의 설움과 인왕산 자락을 넘어 학교로 가는 길은 힘들고 외로움 가득이었습니다.
✔️ 일제강점기와 해방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말, 숙명여고에 진학합니다. 학생들은 정규수업 외에 군수품 산업에 동원되기도 하고, 해방이 된 후에는 일본말이 아닌 한글을 뒤늦게 배우기도 합니다. 남한 단독선거로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주인공 완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합격하는데요.

✔️ 한국전쟁과 피난길
대학에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그해 6월, 인민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남침을 시도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전운이 감도는 시기, 가족에게는 가혹한 고통이 닥치게 됩니다. 고발을 당해 가택수사와 모진 조사를 받기도 하고 숙부가 처형당하는 일도 있었고요. 1951년 1.4 후퇴로 가족은 피난길에 오릅니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를 손수레에 싣고, 조카들과 짐을 이고 지고 떠나는 피난길. 도저히 피난길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현저동 빈집으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빈집에서 남은 음식을 먹으며 몸을 숨기죠.
모두가 피난길을 떠나고 서울 천지에 인기척이라곤 없는, 서늘한 공포감이 주인공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언젠가 이 비극을 기록하겠다는 예감을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p.143 - 5학년 때 첫 친구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p.265 -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는 애국심
살아남은 자는 제각기 구사일생이나 간발의 차이를 안 거친 이가 없었으니, 쳔명이 아닌 이 또한 없었다. 누구나 한 번 사선을 넘고 나면 담대해지고 뭔가 보람 있는 일에 몸 바치고 싶은 의욕이 충만해지는 법이다. ... 독립된 정부가 있음으로써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으니 나라 있음이야말로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내남없이 애국심이 가슴에서 목구멍까지 벅차올랐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후속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입니다. 피난길에서 마무리된 이야기가 다음 책에서 바로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전쟁 초반까지를 다루고,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쟁 중의 삶과 결혼 전까지, 1951년부터 1953년까지의 시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긴 인생을 지나고 나면 어느 누구의 삶이 소설 같지 않을까요. 작가는 기억에 의지해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의 삶을 어찌 그리 눈에 보이듯 그려낼 수 있는지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글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북해야', '오도카니'처럼 낯선 단어들이 곳곳에 보여 읽기 어색하기도 했지만 곧 적응되었고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는 시기의 내용은 막힘없이 한 번에 내리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의 일들을 그린 성장소설. 그 시절 보통사람들의 삶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우리 역사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도 바로 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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